이 악마들의 이름이 언론이란 말인가
아직 슬퍼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분노가 슬픔을 밀고 들어왔다. 금일 일어난 여객선 침몰 사고에 대한 얘기다.
필자는 본 글에서 사고의 경위나 책임 소재, 구조 과정 등, 사고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아니, 이야기 할 수 없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다수의 분들과 마찬가지로, 필자 또한 텔레비젼 뉴스나 신문 등을 통해서 사고 소식을 접하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다. 아직 우리는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구조 과정이 어떤지 등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쓸데없는 분란을 조장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랬다. 방금 전까지 필자는 매체들을 통해 사고 소식을 들으며 슬퍼하고 걱정하고 있는 대학생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이 악마들의 이름이 언론이란 말인가.
제정신인가. 사람들의 이목만 끌 수 있다면, 그래서 광고 클릭수만 늘릴 수 있다면 아무 말이나 지껄여도 되는가. 그게 기사인가. 477명의 생명이 탑승한 배가 침몰한 상황에서 타이타닉 얘기라니. 이 기사에서는 사고에 처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친지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이 상황을 이용해 트래픽을 모아보겠다는 알량한 계산만이 보일 뿐이다.
하나의 기사를 예시로 들었으나 특정 기사나 기자, 언론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현재 해당 기사는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이라는 이름을 단 매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런 매체들이 낸 비상식적인 기사들이 비난의 대상이 된 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그러고보면 기사 말미에 낯익은 부분이 보인다. 네티즌의 반응을 설명한 부분이다. 언제인가부터 인터넷 기사 말미에는 네티즌의 반응을 적어놓는 게 공식처럼 되었다. 대부분 '네티즌의 반응'은 출처를 알 수 없을 뿐더러 실제로 그런 반응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특히 위의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 특정한 단어들을 반복해서 배치해 문장 자체가 괴상한 경우가 적지 않다.
잠시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블로그를 운영해본 깜냥에 빗대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의 절대 갑은 '네이버'다. 이건 비단 블로그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언론'이라고 등록된 수많은 매체들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우리는 네이버를 통해 기사를 검색하고 소비한다. 매체들에게 있어 트래픽 = 곧 수익이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기사를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하기 위해 애쓴다. 그 결과 기사에는 무분별한 키워드 반복이 들어간다. '네티즌의 반응'은 그 일환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은 네이버인가? 그렇지 않다. 분명 네이버가 인터넷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판을 깔았을 뿐이다. 문제는 애초에 그 판을 돈놀이 판으로 해석하고 스스로를 '언론'이라 이름붙인 자들에게 있다. 언제부터 기자라는 직업이 기레기라고 불리게 되었나. 기자라는 숭고한 직업에 쓰레기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망각할 때 직업은 이름을 잃는다. 스스로를 뉴스라고, 신문이라고, 기자라고 부르는 이상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의 것이다. 뉴스의 주요 속성 중 하나는 시의성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건에 편승해 사람의 마음을 난도질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